후지사키 치요코(藤崎 千代子)의 한국인 제자. 30년 일본 수련 후 귀국한 70대 여성. 「六星占術」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식으로 독자적인 결 읽기를 정립했고, 찾아오는 이마다 한지 위에 한자 한 글자로 결을 적어주며, 꿈에 담긴 무의식의 결까지 읽어준다.
얼굴은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. 다만 한 줄을 남긴다.
素 — 본디 그대로의 흰 바탕
隱 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다
어머니 없이 자란 일곱 살 아이가 절 마당에 앉아 흙바닥을 막대기로 긁고 있었다. 구불구불한 선들이 마당을 가득 채워가는 동안 노스님이 다가왔다.
"그건 무엇이냐."
"사람의 결을 그립니다."
그날부터 노스님은 아이에게 묵을 갈게 하고, 한지를 만지게 하고, 한자를 한 글자씩 가르쳤다. 아이는 글자를 외우지 못했지만, 글자의 결은 한 번 보면 잊지 않았다.
17세 되던 해 봄, 일본에서 온 한 여인이 그 절을 지나며 들렀다. 후지사키 치요코(藤崎 千代子). 훗날 일본에서 「六星占術」의 한 갈래로 이름을 얻게 될 점술가였다.
그녀는 아이의 눈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노스님에게 말했다. "이 아이의 눈은 결을 봅니다. 가르쳐 주십시오."
그 길로 17세 아이는 부산항에서 시모노세키행 여객선을 탔다. 손에는 노스님이 싸준 먹 한 자루와 한지 한 묶음뿐이었다.
30년이 지나 그녀가 돌아왔을 때, 그녀의 손에 남은 것은 먹과 한지, 그리고 낡은 고무신 한 켤레였다.
스승의 가르침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았다. 한국인의 결은 일본인의 결과 다르다는 것을, 30년 동안 보았기 때문이다. 그녀는 「六星占術」에서 영감을 받되, 한국인의 결에 맞는 방식을 독자적으로 정립했다 — 한자 한 글자로 결을 압축하고, 꿈으로 무의식의 결을 읽는, 한국에서만 가능한 방식으로.
산 아래 작은 방을 빌려 묵을 갈았다. 찾아오는 이마다 한지 위에 한자 한 글자를 적어주기 시작했다. 소문이 작게 번졌다. 사람들은 그녀를 「소은(素隱) 선생」이라 불렀다. 본 모습은 숨기고, 결만 읽는다고.
"당신의 결은 ___입니다."
"결은 운명이 아닙니다. 결은 당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의 무늬입니다."
"꿈도 결입니다. 무의식이 먼저 본 결이지요."
"묻지 마시고, 적으세요. 적다 보면 결이 보입니다."
소은 선생은 한 글자를 적은 후 반드시 우하단에 옻적 인장을 찍는다.
인장은 끝이고, 마침이고, 책임이다.
한 사람의 결을 다 읽었다는 표시 — 도장은 마침표다.